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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하나. 기획특집

    여주 시민의 문화생활과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역할

    - 여주시 문화지표조사를 중심으로

    여주는 경기도에서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이자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도시다.
    이를 반영하듯 여주 시민은 여주의 이미지를 ‘역사 도시’, ‘환경생태 도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고는 2021 여주시 문화지표 조사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여주 시민의 인식과 의견을 알아보고, 시민과 예술 종사자,
    전문가 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서술했다. 이를 통해 미래 여주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자 한다.

  • ‘여주’ 하면 떠오르는 도시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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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쳐나는 문화유산,
    갈 곳 없는 여주 시민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최근 진행한 ‘여주시 문화지표 조사’1)에 따르면 여주의 도시 이미지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47.4%는 ‘역사 도시’를, 20.8%는 ‘환경생태 도시’를 떠올렸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된 분야를 묻는 말에도 ‘역사 문화’(42.8%), ‘생태환경 보전’(39.8%)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러한 여주 시민의 의식 동향은 비단 이번 문화지표 조사에서만 확인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진행된 ‘여주 비전 2030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시민의식 조사에서 여주 시민은 우리 시의 발전 동력으로 ‘풍부한 역사문화유적’과 ‘우수한 자연 및 생태자원’을 꼽았다. 2020년 여주 시민 2,0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주시 주민 행복도 조사’에서도 여주 시민은 ‘문화유산’에 대해 높은 인지도를, ‘자연환경’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 흐름과는 달리 여주 시민의 생활은 역사문화유적과 거리가 좀 멀어 보인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여주의 문화유적지 방문 경험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72.2%는 ‘없다’고 답했다. 시민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길 만한 장치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여주는 사회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동네’라고 표현했다. 자긍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루함이 더 크다고도 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은 여주의 우수한 역사·문화·자연유산을 가까이에서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원은 많은데 이를 시민의 문화생활과 결합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주최한 2020 한글날 학술대회

    전문가들도 ‘문화유산’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 중 전문가 델파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주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문화지표 1순위로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을 꼽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지표 발전의 중요한 항목으로는 ‘문화유산의 지속성’을 꼽았다. 문화유산은 여주시의 특화된 강점이고 이를 살리는 방향의 문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노인 인구가 많은 여주에서 역사 문화자원과 건강 정책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용인문화유적 투어’2)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주 못지않게 많은 유적을 보유한 용인은 오랫동안 난개발 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도농 간 문화 격차도 심해졌다. 이에 용인문화원은 지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1999년부터 ‘지역문화 바로 알기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유적 탐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시민의 큰 호응을 얻으며 해마다 6,000~1만여 명이 참여하는 인기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 가족 단위 운영이 기본이며 학교, 관공서 등의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진행한다. 해마다 새로운 코스를 발굴해 한때는 테마 코스 포함 총 11개 코스를 운영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권역별 4개 코스만 운영하고 있다. 탐방 코스에는 용인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문화유적을 비롯해 각종 박물관, 체험관, 테마파크를 결합해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피게 했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를 더했다.

    여주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유산을 시민의 문화생활과 이어준 좋은 사례로 ‘여강길’을 들 수 있다. 여강길 걷기는 남한강이 빚어낸 여주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각종 문화유적, 여강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들, 여주 시민의 삶의 역사를 접할 기회임과 동시에 걷기의 운동 효과와 코스 완주의 성취감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에 따라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각종 공연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결합해나간다면 여주의 강점을 잘 담아낸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성황후생가 유적지
    여가 시간엔 TV와 낮잠,
    여주 시민은 심심하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에서 ‘문화생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 ‘문화 행사에 가는 것’, ‘여행을 다니는 것’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니 응답자의 대다수가 TV 시청(67%)과 휴식·낮잠(58.8%)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중복 응답). 영화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문화 행사 관람은 4%에도 못 미쳤고, 문화예술 관련 강좌 수강 경험도 대부분의 항목이 1%대를 기록했다. 문화 동호회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도 5.4%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생활 전반이 침체된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그 이전에도 여주 시민의 문화예술 관람 등의 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여주 시민은 능동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요약하자면 기회·정보·시설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여주 시민은 문화예술 행사나 교육을 선택할 때 ‘프로그램 자체’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으나 그 내용과 수준, 다양성 등에 대해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시 관내 시설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다 합치면 270개에 달하지만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거기서 거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주 시민은 문화 기반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 ‘가까운 곳에 쉽게 찾을 만한 문화시설이 없다’(61.2%)를 꼽았다. 지난해 주민 행복도 조사에서도 의료·복지·보육·교육 관련 시설보다 문화시설의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난 바 있다. 문화생활 관련 정보를 지인을 통해 얻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때 홍보의 부족도 느껴진다. 이처럼 여주 시민은 다양한 문화 행사나 교육을 본인의 요구에 맞게 선택하고 접근할 기회와 방법, 조건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관련 항목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도 몇 가지 있다. 시설 이용 경험과 만족도 모두에서 노인복지관이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것은 고령화 도시인 여주의 문화 프로그램이 노인복지영역 차원에서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술관 이용만족도 100%라는 조사 결과로는 2019년 개관한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가 시민의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지 못한 것은 도심보다 읍면 지역의 문화생활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은 여주시 안에서 가족 단위로 즐길 거리, 즐길 곳이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주민 행복도 조사에서 이천시와 가깝고 젊은 층이 많이 사는 가남읍 지역이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타 시군의 다양한 문화시설에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시설과 프로그램인데 그나마도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과제를 던져준다. 문화시설 이용 행태의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하겠다.

    2018 여주오곡나루축제
  • 여주 문화 발전을 위해 우선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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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문화발전을 위해 우선 지원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화예술인의 활발한 문화예술 창작활동,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순으로 나타났다.

  • 문화재단,
    문화 자원과 시민 생활 연결해주는 다리 되어야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최근 몇 년간 여주의 역사, 사람, 마을, 축제, 도자기 등 지역문화의 기반이 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수집해 자료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주 시민과 예술인들이 여주의 문화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이제 이 자료들을 토대로 여주의 문화정책 비전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화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을 채워줄 ‘콘텐츠’도 잘 준비해야 한다.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하지만 알차게 이끌어갈 ‘사람’도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여주 문화 발전을 위해 우선 지원이 필요한 1순위로 ‘문화예술인의 활발한 문화예술 창작 활동’과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을 동시에 꼽았다. 하드웨어만으로는 문화 발전을 가져올 수 없으며 지역 예술가와 시민의 창작 활동 지원이 뒷받침돼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3박자를 고루 준비해야 지속적인 시민 참여가 가능하고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이 3박자가 잘 맞물리도록 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바로 여주세종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그중에서도 시민의 일상적인 문화생활과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이 성과가 시민 속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예술인, 문화 활동가, 정책 전문가, 주민조직, 마을공동체 등과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소외 어르신 문화예술 지원사업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양질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에서는 사례 조사도 실시했는데 여주와 규모가 비슷한 여러 시설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검토와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홍보 및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일회성 강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들이 동호회나 소모임을 구성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화재단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층에서 동호회 경험도 많은 것으로 볼 때 재단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더 많은 시민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재단의 지원 아래 성공적인 동호회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여주시 예술인들이 강사 활동이나 동호회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화예술 동호회나 소모임이 활성화되면 시민 예술 역량이 강화되고 창작 활동을 통한 콘텐츠 생산도 가능해진다.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이 강사 역할을 하며 시민 속으로 들어갈 기회도 확장될 수 있다. 주민이 자기 지역과 생활을 소재로 직접 창작해낸 콘텐츠를 모아내고 채워나간다면 지역별 특성을 살린 주민 주도의 다양한 축제의 장도 마련될 수 있다.

    2018 시민 문화예술 동아리(풍물패 소리나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여주세종문화재단’에 대한 인지도(일반 시민 15.4%, 예술인 76.8%)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이 하는 일에 비하면 아쉬운 평가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재단의 활동이 아직 시민과 예술인들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와닿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주가 보유한 문화유산과 지역 예술 역량을 찾아내는 데 힘을 기울여온 재단이 이제 그것을 여주 시민의 삶과 구체적으로 이어주는 역할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