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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셋. 다시보기

    도시적 감성의 한복판,
    여주의 꿈을 내걸다

    〈어반브레이크 2021(URBAN BREAK 2021)〉

    도시의 감성은 거리 곳곳에 표현된다. 1970년대, 도심 벽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린 그림인 그래피티는 ‘거리 낙서’라며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2021년 현재, 그래피티를 비롯한 팝아트는 예술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거리미술’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전 세계는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여기의 감성을 담은 작품에 열광한다.
    도시적 감성이 전시된 자리, 〈어반브레이크 2021〉에 여주의 아티스트 6명이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으로 세상에 말을 건다.

    글 권라희(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어반브레이크〉를 표상화한 초대형 미디어월
  • 〈2021 어반브레이크 아트아시아〉에 여주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 작가를 알리고, 국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 여주 문화예술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할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 김상범, 〈잉크를 뒤집어 쓴 여자 시리즈1~5〉, 2021
    • 이정태, 〈Bent Space〉, 2021
    힙한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듣던 대로 현대적 감성이 가득 찼다. 입구의 초대형 LED 미디어월에는 색색깔의 그래피티와 팝아트 작품들이 현란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힙합 음악이 들려오는 전시장에는 젊은 관람객이 가득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시를 즐기고 있다. 한편에서 누군가는 키보드를 치고 누군가는 국악을 흥얼거리며 감성을 마음껏 표출한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인증 샷을 찍어 SNS에 올리고, 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찍는다. 어반브레이크는 고상하게 차려입고 조용한 미술관에서 작품을 음미하는 전통적 미술 관람 방식과는 전혀 다른, MZ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 축제이다.

    〈어반브레이크〉는 거리예술(Street Art)과 그래피티(Graffiti)를 결합한 현대미술, 즉 어반 컨템퍼러리 아트(Urban Contemporary Art)를 한데 모은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이다. 2018년 시작된 이래 3회를 맞이한 〈어반브레이크 2021〉은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코엑스 1층 B홀에서 열렸다. 어반 컨템퍼러리 아트는 스프레이 페인트, 스텐실, 사진, 포스터, 스티커, 뜨개질,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현대 도시적 감성을 표현하기에 일상과 가장 가까운 예술이기도 하다. 이렇게 조명된 작품들은 패션, 광고, 자동차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전파되고 대중이 함께 완성해가는 예술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어반브레이크〉에서는 대중문화와 예술성의 경계에서 조화를 이뤄낸 작품들이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어반브레이크에는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그래피티아티스트 뱅크시(Banksy)의 작품이 대표작으로 공개된 데 이어, 올해는 귀엽고 유머가 넘치는 캐릭터가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존 버거맨(John Bergerman)과 각 분야의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이 모여 실험적인 예술 작업을 하는 그룹 툴보이(TOOLBOY)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공간을 꾸미는 방식부터 전시작에 있어서도 어반브레이크의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온갖 색감과 글자를 꽉 채운 벽면에 작품을 걸거나 입체적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시작으로는 그래피티를 스니커즈 신발에 그리거나 스트리트 웨어로 제작한 작품도 있고, 어린이 감성의 어른을 위한 아트토이나 아트 컬래버레이션도 전시돼 시선을 모았다. 디지털과 전자장비를 결합해 만든 실험적 작품도 눈에 띄었다. 오픈형 스튜디오에서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작품을 선보이는 행보도 관람객 지향적인 어반브레이크의 색깔이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어반브레이크는 이같이 아트페어를 문화 축제로 연결 짓는 시도를 통해 일상과 맞닿은 현대미술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 박은서, 〈12지신 중 정묘신장 레고〉, 2019
    • 이철재, 〈HAND DRAGON〉, 2021
    여주 아티스트의 감성,
    〈어반브레이크 2021〉에서 통하다

    〈어반브레이크 2021〉은 참여한 아티스트의 화제성과 더불어 규모적으로도 예년보다 발전된 양상을 보였다. 해외 초청 작가 부스를 비롯해 갤러리, ESG 아트 프로젝트, 작가 개인, 특별 전시, 브랜드, 지역 문화재단, 페어 스튜디오 등 8종류로 총 100개의 부스를 차렸다. 여주세종문화재단과 안양문화예술재단, 화성문화재단도 참여해 주목받았는데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젊은 작가들의 개성과 현대적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그중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여주 관내 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이번 〈어반브레이크 2021〉에 작품을 출품할 아티스트 6명을 선정했다. 다양한 장르와 표현 방식으로 저마다의 색을 뿜어낸 여주의 작가들의 면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김상범 작가는 천에 둘러싸인 도자기 여인이 인상적인 〈잉크를 뒤집어쓴 여자 시리즈 1~3〉을 발표했다. 작가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고자 불평등을 당하는 표상으로서 여성을 주제로 삼았다. 〈12지신 중 정묘신장 레고〉 등의 작품을 통해 레고를 닮은 젊은 도자 조형 작업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박은서 작가는 전통과 자연,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재료와 방식을 접목시키며 작업을 풀어냈다.

    이정태 작가는 〈CW-23〉 등으로 제목 붙인 창(Window) 연작을 통해 시각의 왜곡을 통해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작품 안의 형태가 변화하는 조형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었다. 옻과 금박을 입힌 흙과 나무를 소재로 활용하는 이준범 작가는 〈라탄 손잡이 도자기볼〉 등의 작품을 통해 원목 소재나 넝쿨 등의 자연 소재를 접목하는 시도로 도자예술의 가치를 전했다.

    여주의 전설을 타투에 새겨 표현하는 이철재 작가는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 된 타투를 중심으로 여주 남한강의 전설을 주제로 삼아 〈남한강 달밤의 잉어 이야기〉를 비롯한 작품을 통해 금속 공예와 일러스트를 접목한 작업을 발표했다. 〈시간의 점〉이라는 작품을 비롯해 추상으로 담아낸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는 최선 작가는 도자기나 항아리, 그릇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추상화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여주의 문화를 작품에 녹여내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6명의 아티스트를 만나보면서 한국의 현대미술이 여주에서 발현되는 시점이 다가온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최선, 〈DA SEIN〉, 2020·〈시간의 점1〉, 2018
    • 이준범, 〈옻칠금박 찻잔〉, 2021

mini interview

이철재 작가

〈어반브레이크〉를 통한 작품 발표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가요? 여주의 강, 여강이 품은 전설에 늘 관심이 많아요. 신비롭고 독특한 전설을 타투 드로잉으로 그려 환상적으로 표현하죠. 인간이 된 잉어나 손을 닮은 용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그러한 제 세계관을 〈어반브레이크〉를 통해 선보일 수 있어 기쁘고, 이 시간이 계기가 되어 대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여주세종문화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은서 작가

〈어반브레이크〉에서 꽤 많은 작품을 판매했는데, 어떤 점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요? 그동안 도자를 중심으로 실생활에 쓰이는 용기 등을 작업해왔어요. 이번에는 현대미술적인 작업을 발표했는데 판매까지 이뤄지니 새롭고 흥분되네요. 제 작품을 구입한 이유를 들어보니 ‘예술적인데 일상 공간 속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갖고 싶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젊은 세대라 그러한 감성이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어반브레이크〉에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여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계속 시도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