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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하나. 기획특집

    여주세종문화재단이
    걸어온 길, 열어갈 미래

    2021년 여주세종문화재단은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숨 가쁘게 달렸다.
    여주의 문화 정체성을 정립하고,
    팬데믹으로 힘겨운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한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글 송현아(편집위원) 사진 제공 여주세종문화재단
  • 여주세종문화재단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여주의 자연과 역사와 사람,
    문화에 관한 각종 자료와
    기록을 모으고 분류하고 집대성하는
    작업들을 진행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교육사업을
    기획, 추진했다.

  • 분주했던 여주세종문화재단의 2021년, 어디를 향해 얼마만큼 나아갔는지 평가하자니 그 기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한 지역의 문화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지역의 문화자원과 역량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를 결정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필자는 그것을 ▲문화적 정체성 ▲사회적 조건 ▲시민의 욕구라고 생각한다. 문화재단의 한 해 사업 평가 기준으로 너무 큰 주제를 꺼내 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멀리 내다봐야 하는 문화예술사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일단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놓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여주 문화의 뿌리,
    찾고 모으고 기록으로 남기다

    ‘문화적 정체성’은 지역문화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자리에단골로 등장하는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어렵게 느껴진다. 문화적 정체성은 그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동질성을 의미한다. 여주에는 여주의 특성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여주 사람들이 만들고 공유해온 여주만의 문화적 색채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문화는 지금도 여주 사람들에 의해 가꾸어지고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변하기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주세종문화재단(이하 재단)의 노력이 첫 번째 평가 지점이다.

    • 2021 여주목(청심루) 학술대회

    재단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여주의 자연과 역사와 사람, 문화에 관한 각종 자료와 기록을 모으고 분류하고 집대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여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여강’의 이야기를 2021년에는 전설, 민담, 설화들로 채워 책으로 펴냈다. 청소년과 시민이 여주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웹툰으로 제작한 것도 눈에 띈다. 40개 여주 ‘마을’과 12개 읍면동의 ‘길’에 얽힌 이야기들을 발굴, 기록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여주의 생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시민 28명의 ‘구술채록집’도 펴냈다.

    재단은 여주의 찬란한 역사를 발굴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여주목(청심루)’의 위상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학술연구사업을 통해 복원의 당위성을 확보했고, ‘여주 동학농민군’의 실체와 역사적 의의를 규명하고, ‘해월 최시형’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주도자기축제 백서’를 발간해 지난 30년간 이어온 도자기축제의 역사와 성과도 정리해냈다.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 여주의 위상을 세워나가는 사업도 계속됐다. 뮤지컬 〈세종, 1446〉이 한글날 특별 공연(온라인 생중계)과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1만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났고,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한글날 문화 행사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한글날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주 시대의 언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앞으로 이 학술대회가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면 한글의 도시 여주의 정체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1년 재단의 이러한 활동 성과들은 55권의 책으로 출판된다. 이 기록들은 여주 문화 발전의 밑거름이자 방향키가 될것이다. 재단은 2022년에도 여주 문화의 뿌리를 찾아 기록하는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흔암리의 탄화미 유적을 활용해 ‘여주 쌀’에 대한 스토리를, 중암리 가마터를 활용해 ‘도자기’에 대한 스토리를 짜 들어갈 계획이고, 여주 마을의 옛 지명 발굴을 시도한다. 도자기와 로컬푸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음식 문화를 활용한 도자기 산업 활성화 전략에도 도전한다.

    이제 재단에 주어진 숙제는 이 기록들이 기록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록 속의 찬란한 여주 역사와 문화를 현실로 이끌어내 시민의 생활과 결합하는 다양한 사업이 앞으로 과감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뮤지컬 〈세종, 1446〉
    • 여주세라믹페어
    코로나 팬데믹,
    문화예술로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2021년 한 해를 평가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을 빼놓을 수 없다. 감염병 창궐이라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재단은 무엇을 재단의 역할로 삼고 어떤 사업을 펼쳤을까?

    재단은 2021년을 시작하면서 ‘문화예술 마음 방역’을 제 역할로 삼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여주 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교육사업을 기획, 추진했다.

    • 한글날 기념전시 먹빛누리전
    • 명성황후숭모제

    재단은 2021년 대면과 비대면으로 기획 공연과 무료 공연 등 총 31회(비대면 포함)의 공연을 진행했다. 4만여 명이 공연을 관람했고,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안전하게 볼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재단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랜선살롱 드 피아노–김정원 리사이틀, 가족뮤지컬 <종이아빠>, 어린이 뮤지컬 <겁쟁이 빌리> 등의 공연을 송출해 여주 시민이 집에서도 편히 공연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매달 진행된 문화가 있는 날 ‘악기의 항해’ 시리즈는 다양한 악기의 연주와 해설을 통해 듣는 즐거움과 예술 지식을 함께 제공했다. 비록 공연장의 규모는 작았지만 오히려 관객과 소통하는 따뜻한 진행으로 작은 공연장의 장점을 잘 살렸고,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만날 수 있어 매달 찾게 된다는 좋은 반응도 이끌어냈다. 3개 지역 문화재단과 뮤지컬 제작사가 공동 제작한 가족뮤지컬 〈만복이네 떡집〉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민예술교육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한글’에 ‘민화’를 접목한 민화 배우기 교육은 참가자들의 자발성이 돋보였고, ‘시민예술학교’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야간반까지 운영했다. 비대면 예술교육 플랫폼에서는 우리 지역 예술인들이 강사로 나섰고, 명성황후기념관에서는 다양한 박물관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한 여주의 예술가와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예술창작지원’,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 ‘청년예술가 활동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이로써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도 함께 제공할 수 있었다.

    재단이 정성들여 준비한 공연과 교육사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시민 참여의 폭이 넓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의 퀄리티는 이미 증명되었기에 한 번 접하게 되면 계속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첫 만남의 기회를 더 넓히는 것이 재단 앞에 놓인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시민을
    문화예술의 향유자이자 창작자로,
    능동적 주체로 세워내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사업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 악기의 항해 시리즈,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항해〉
  • 시민에게 더 가까이…
    창작과 향유의 연결고리를 마련하다

    밥만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 문화가 복지인 시대다. 감염병이 도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시민은 끊임없이 문화적 욕구를 드러냈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는 ‘향유’의 단계에서 ‘창작’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재단은 이러한 시민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어떤 애를 썼을까.

    • 시민 참여 프로그램, 한글을 담은 여주 민화 배우기
    • 가족뮤지컬 〈만복이네 떡집〉
    • 악기의 항해 시리즈, 〈재즈 피아노의 항해〉
    • 악기의 항해 시리즈, 〈반도네온의 항해〉

    재단은 더 많은 시민이 더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찾아가는’ 방식을 다양하게 적용했다. 또한 시민이 직접 창작자, 기획자로 나설 수 있게 도왔다.

    재단이 추진한 ‘빈집예술공간’은 도심의 빈 점포나 건물을 임대해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2020년에 문을 연 여주한글시장 1호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장점을 살려 2021년 총 14회의 전시를 성황리에 진행했다. 2020년 여주한글시장에 문을 연 빈집예술공간 1호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장점을 살려 2021년 총 14회의 전시를 성황리에 진행했고, 이 성과를 이어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빈집예술공간 2호를 개관했다. 빈집예술공간이 주민과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복합예술공간으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던 ‘자동차영화관’에서는 2021년 4개 시즌 동안 28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총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재단은 10개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교과서에서 나온 예술수업’을 진행했고, 읍면 단위로 찾아가는 ‘동네방네 음악회’를 통해 700여 명의 시민에게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도자기축제를 대신해 진행된 ‘여주세라믹페어’에는 27개 도예업체가 참여하고 25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여주세라믹페어는 도자기의 고장 여주의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지역 도자기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형 행사로 진행된 ‘여주오곡나루마당’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관람객이 안전하게 즐기면서 여주의 농특산물을 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두 행사를 관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여주몰’이 도자기에서 농특산물까지 확장 운영되면서 시민과 소비자의 아쉬움을 달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두 행사를 방문객이 많은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라는 장소에서 진행해 민관이 협력하는 사례를 만들어낸 점도 주목된다.

    • 가족뮤지컬 〈종이아빠〉
    • 시민 참여 동반사업
    • 자동차 극장

    재단은 시민을 문화예술의 능동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기반도 쌓아나갔다. ‘시민문화예술 동아리’들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창작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3개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벽화와 공공조형물을 설치하는 작업에 주민이 직접 참여했다. 또한 소외 지역을 찾아가 어르신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시민참여형 ‘여주문화 사진전’을 열어 시민이 사진작가로 나설 수 있도록 도왔다. 재단은 시민-예술인-재단이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시민으로 ‘문화예술 시민 활동단’을 구성해 모니터링 활동, 공연장 안내, SNS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여주 문화자원 그림책 체험’은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사업으로, 그림책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재단과 시민의 파트너십 구현의 좋은 사례가 됐다.

    이처럼 재단은 시민을 문화예술의 향유자이자 창작자로, 능동적 주체로 세워내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사업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겠다.

    글의 앞부분에서도 밝혔듯이 문화예술사업은 멀리 내다보고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한 해 재단이 펼친 사업의 대부분은 더 나은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2022년에는 여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더 많은 시민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