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pdf 다운로드
  • 이야기 둘. 예술 교과서를 펴고

    일상이 곧
    예술이 된다면

    토닥토닥그림책 작은도서관

    2018년 개관한 토닥토닥그림책 작은도서관은 여주한글시장 내에 위치해 있다.
    상인들의 쉼터가 된 것은 물론 아이들과 시장에 들른 어르신까지 사로잡으며 어느새 여주한글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화 아지트’로 불린다. 이 공간의 소소한 모든 것이, 여주 시민들의 일상이 예술이 된다고 하는데
    시민들과 함께하며 천만 가지 상상이 펼쳐지는 문화 아지트를 들여다보자.

    글 노윤영(편집실)
    사진 제공 토닥토닥그림책 작은도서관
    고정순 그림책 작가 원화전을 관람하는 어르신들
    • 토닥토닥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어르신들
  • 여주 시민의 발길 붙잡는 토닥토닥의 매력

    토닥토닥그림책 작은도서관(이하 토닥토닥)은 마을 교육 공동체 ‘여주사람들’이 운영하는 작은 사립 도서관이다. 그들은 ‘아이들과 무엇으로 재미나게 놀까?’ 고민하다가 그림책으로 놀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공간이 없어 공유 공간인 문화집현전에서 동아리처럼 활동하다가 여주한글시장 상인회에서 공간을 내주어 자리를 잡게 됐다.

    토닥토닥의 이용자는 시장 아이들은 물론 청소년과 성인,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인근에 학교가 있어서 수업 끝난 어린이들이 자주 들러 머무르고, 시장에 들렀다가 잠깐 짬을 내 그림책을 보거나 쉬러 오시는 어르신도 많다. 30평 정도의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5,000여 권이 넘는 장서가 있는 데다, 아기자기한 전시가 수시로 열려 여주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토닥토닥이 그림책을 도서관 얼굴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짧은 시간 동안 일정한 서사로 꾸려진 이야기를 읽고 나누기엔 ‘그림책’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토닥토닥은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소모임 활동과 지역 연계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다양한 세대와 만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토닥토닥 김동헌 대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림책을 읽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그림책에서 ‘자신이 살았던 삶’과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발견하며 남다른 감동을 느끼신다고 해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또래들과 함께 그림책으로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너무 좋아하고요.”

    • 청소년 ‘책언니’ 활동가들이 기획하는 그림책 놀이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지는 곳!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여주 시민이 토닥토닥을 찾는 만큼 운영되는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다. 여기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모든 활동을 여주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는 ‘원칙’이다.

    “동아리 활동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은 아이나 어르신 모두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학교나 기존 교육 환경에서는 수동적일 수 있는데, 토닥토닥에서는 달라요. 스스로 문화 기획자가 돼 프로그램을 짜고 직접 실행해나가죠. 이곳에서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 도서관 운영 철학이 ‘경쟁하기 않기, 가르치려고 잔소리하지 않기, 평등하게 대해주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토닥토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문화를 만들 수 있어요.”

    성인이나 어르신들 역시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문화예술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공도서관과 토닥토닥의 차이점이 아닐까? 토닥토닥에서 여주 시민들은 향유자를 넘어 생산자가 된다. 토닥토닥은 공간과 책을 내주고 때때로 도울 뿐이다.

    처음 토닥토닥을 방문해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과 프로그램 기획의 ‘맛’을 느낀 이용자들은 친구나 지인을 데리고 왔다. 토닥토닥은 그렇게 특별한 홍보 없이도 ‘사람들만의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여주시는 물론 타 지역에서도 주목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시장 내를 뛰어다니며 한글 자음·모음 카드를 활용해 문제의 답을 맞히는 ‘시장 런닝맨’이나 비대면 시대에 QR코드를 활용해 진행한 방 탈출 게임 등은 토닥토닥의 청소년 활동가와 동아리가 주축이 돼서 만들었다. 어르신들 또한 ‘은빛유랑단’ 동아리가 주축을 이뤄 인형극 공연과 북 콘서트 등을 기획·실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시민 그림책 리뷰’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시민들이 직접 그림책을 골라 인스타 라이브, 밴드 라이브 등을 통해 그림책을 소개해요. 처음에는 ‘포스트 잇 서평’에서 시작됐죠. 다음 사람이 댓글을 달며 리뷰를 완성해가는 방식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본인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해 소개하고 나눈다는 걸 너무 재미있어 하더군요. 아이들의 표현이 어른과는 좀 다르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 시민 그림책 리뷰 라이브 장면

    여주 시민에게 토닥토닥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곳,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다. 여주 시민들이 토닥토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토닥토닥은 앞으로도 여주 시민이 주축이 되는 활동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김동헌 대표는 ‘요일 관장’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요일마다 시민들이 관장 역할을 하면 어린이 관장, 청소년 관장 등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토닥토닥은 여주 시민들에게 더없이 편하고 자율적인 공간입니다. 뒹굴뒹굴하며 그림책을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요. 그러다 좋은 기획거리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함께 힘을 보태 ‘예술교육활동’을 하며 ‘문화’를 만들어요.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움이 일어나죠.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며 시민성이 생깁니다. ‘공감 능력’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요? 전 이것이야말로 일상이 곧 예술이 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여주 시민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온다면, 여주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