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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셋. 다시보기

    여주목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다

    여주목(청심루)학술대회

    2021년 9월 30일 2021 여주목(청심루)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여주목과 청심루 복원의 의미와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21세기 글로컬 시대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확산시키고, 여주 시민의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양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2021 여주목(청심루) 학술대회의 의의와
    향후 지향점을 짚어본다.

    글 오영교(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사진 제공 여주세종문화재단
    • 학술대회 시작을 알리는 이항진 여주 시장
  • 역사가 흐르는 여주

    여주는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문화 자산이 숨 쉬고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역사 도시이다. 여주는 지역 내 157점의 불교·유교 문화재와 함께 한양과 가까운 지정학적 이유로 명문 가문과 역사적 인물이 즐비하다. 특히 글로컬(global+local) 시대 지역을 넘어 세계적 유산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의 애민 사상과 인문 정신이 흐르고 있고, 8명의 왕비를 배출한 고장답게 그 대표 격인 명성황후의 생애를 보여주는 생가 유적지도 자리하고 있다.

    역사 깊은 여주에는 수천 년의 숨결, 자연의 신비로움을 담은 여주 8경이 존재한다. 역대 정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겨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고 이는 여주인의 심성에 잔잔히 반영됐다.

    지역의 역사·문화가 해당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성이란 실용적으로 해석하면 지역 거주민에게 문화적·역사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에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역사 도시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동체의 기억이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물리적 대상과 장소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도시가 역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유 형태와 양상이 유지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사회공동체의 기억이 누적된 실체적인 건축물과 대상물이 가능한 한 현존해야 한다.

    조선시대 경기 4대 목의 하나로서 여주 관아의 존재는 여주시민에게 뿌리 깊은 정체성과 존재 의식을 제고하는 문화유적이다. 여주목의 관아와 부속 건물인 청심루는 조선 500년 지역 행정과 정치·경제의 중심지, 그리고 지역문화의 높은 수준과 인적·문화적 네트워크의 포스트(교류·소통·접점·중심)화 등 다양한 특성이 집중된 곳이었다.

    지금은 지식과 정보, 문화의 세기이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 문화와 이미지, 상징성은 매우 중요하다. 여주를 비롯한 행정도시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의 축적은 물론 생태와 경관, 고품격의 문화가 성장하고 교류됐던 광역 지역문화의 거점이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경제의 도시, 행정의 도시, 개발된 도시는 많고 또 재원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이 같은 역사 문화 정신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래 사회가 추구하는 이런 조건들을 재발견하고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주목은 ‘지역문화 정체성의 거점’, ‘특수한 지역문화 원형의 전승처’로 이해의 폭이 확대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관아 문화는 다양한 가용성과 경쟁력이 있는 미래 자원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 학술대회 진행을 맡은 김광희 사회자
    • 여주학 정립을 위해 열띤 토론중인 오영교 연세대 교수

    여주목 관아 건물은 경관이 깨지고 변형된 상태에다가 이미 도시화가 진행돼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문화재 지정과 완전 복원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여주목의 원형을 완전히 복원할 수 없다면 대표적·상징적 건물을 복원해 상징 공원화하고 관아 문화 이미지를 살린 경관 정비 및 기존 건물터와 현장 표지석, 설명·안내문 등과 같이 차선책이나 단계적인 노력으로 유형문화재의 관광자원화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보강하는 노력이 부가돼야 하는데, 그 하나는 관아와 관련된 역사문화유적을 연계, 동원해 패키지화하는 것이다.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세종대왕릉과 명성왕후 생가터 등을 연계한 스토리 밴딩(혹은 역사 투어)을 하는 방안도 그것이다.

    • 종합토론 좌장 박상일 전 청주대 교수
  • 삶의 중심, 여주 만들기의 모색

    지방화 시대의 전개에 따라 환경친화, 삶의 질이라는 새로운 구호의 등장은 지자체의 행정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지점에서 “늘 변화하는 것이 진보하는 것이다”라는 착각의 마성이 도시개발에서 강조된 ‘의사(擬似)적 근대주의’가 아닌 ‘지역 발전이란 무엇이며 어떠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해당 지역에 대한 종합적 이해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역공동체가 역사적·공간적 중요성과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자기진단에서 출발한다. 흔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지역이 지닌 잠재력에 걸맞지 않은 이미지의 문제이다.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주변 지자체들이 한강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 이슈를 선점하거나 정치적 영향력,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감각의 제고를 통해 지자체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여주시는 정체 요인까지는 아니지만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보완할 방안이 조금 더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여주의 역사적 사실, 문화적 전통의 발견, 환경적 가치를 환금화하는 전략의 수립 등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 필요성으로 대두된다. 첫째, 지역 정주민들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함양시켜 발전의 동인 및 구심점을 형성하는 데 지역 전통의 새로운 발견과 위상 정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이 궁극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 작업에서 가장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함양해 지역 발전의 구심점을 제공하고 새롭고 진취적인 지역 이미지를 창출하는 단초 작업으로서의 지역학, 그것이 지역 발전과 관련된 두 번째 필요성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 9월 30일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주관한 ‘2021 여주목(청심루) 학술대회’가 연양동 썬밸리호텔 세종홀에서 개최됐다. 관련 전문학자와 지역 연구자들을 동원해 ‘여주학과 청심루 복원의 의미와 과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학술대회는 필자의 ‘여주의 정체성 정립과 여주학 연구-조선 시대 여주목의 역사 복원과 관련하여’라는 기조 강연에 이어 제1부 ‘여주목과 청심루의 가치와 현대적 의미’에서는 이상순 연세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여주목 관아와 청심루의 역사적 복원을 위한 사례 연구’를 발표했고, 노재현 우석대 조경학과 교수는 ‘여주팔경의 조망 시점으로 본 청심루의 위상과 경관구조’를, 반재유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여강 청심루 제영(題詠) 연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 광주·파주·양주의 관아 복원 사례와 비교한 여주목 관아의 건축학적 복원 가능성을 모색하고, 청심루와 여주팔경과 관련된 조경학적·지리적·한문학적 위상에 대해 소상한 분석이 가해졌다.

    제2부 ‘여주목과 청심루의 지역적 의미와 시민의식’에서 귀한 지역 연구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장호 여주신문 대표가 ‘지역 언론에서 본 여주팔경과 청심루’를 발표했고, 안동희 여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여주 시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청심루에 대한 여주 시민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조원기 여주박물관 학예사는 ‘여주 관련 읍지·지리지와 근대 기록물을 통해 본 청심루와 여주 관아’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청심루와 여주목 관아에 대해 그동안 지역에서 축적된 연구와 시민들의 인식을 확인해주었다

    제3부 ‘여주학 출발과 청심루 복원의 미래’라는 종합 토론은 박상일 전 청주대 교수가 좌장이 되어 구본만 여주시청 문화재팀장, 김수경 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학부 교수, 한정수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진형 연세대 연구교수가 참여해 여주학 정립과 문화재 복원의 당위성을 둘러싼 여러 의제에 대해 타 지역의 연구 사례와 수준을 비교하며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 학술대회 발표자와 여주목 복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김진오 여주세종문화재단 이사장
    참된 여주학 정립을 염원하며

    이장호 발표자는 1994년 부임한 이필운 군수가 당시 여주군청 청사에 “여주목의 영광을 되찾읍시다”라는 현수막을 크게 걸었던 사실을 회고하면서 눈물을 지어 여주학의 정립과 여주목 관아의 복원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었고 참석자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필자는 바로 그 같은 진정성 어린 마음들이 지속적으로 모여야만 참된 지역학으로서 여주학이 정립된다고 생각한다. 부디 여주학의 연구 성과가 쌓여 지역의 문화를 다듬고 재발견해 물질적 풍요만으로 채워지지 않은 삶의 조건들을 마저 채워줄 수 있다면,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모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여주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여주학’은 무엇보다 실용적인 학문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