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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셋. 다시보기

    ‘여주 동학농민혁명과 21세기
    민중사의 과제’를 다시 보며

    동학 학술대회

    2021년 11월 11일 동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여주 동학의
    정신사 흐름과 사상을 담은 역사를 정립하고, 해월 최시형 묘소의
    경기도 문화재 지정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유튜브 채널로도 공개돼
    더욱 많은 시민의 참여가 가능했던 2021 동학학술대회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글 왕현종(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사진 제공 여주세종문화재단
    종합 토론 장면
    • 이번 학술대회는 유튜브에도 공개됐다.
  • 코로나 시대 학술대회 엿보기

    2021년 11월 11일 열린 동학학술대회는 여주에서 동학이라는 새로운 민중종교 사상이 전파돼 농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지역사의 전개와 의미를 살피는 자리였다. 이번 학술 모임은 봄에 예정됐다가 두 번의 계절을 넘겨 늦가을에야 개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되는 관계로 발표자와 청중이 분리된 채 다른 시공간에서 마주하게 됐다. 학술대회는 전체적으로 기획과 연출한 대로 무난히 진행됐지만, 각부별 발표의 주제와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관객과의 대화나 현장의 열기는 느낄 수 없었다. 그날의 학술대회 영상은 여주세종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접할 수 있다. 여주 시민과 한자리에서 호흡할 수 없었던 그날의 감동을 되새겨보자.

    민중적 지식인 해월 최시형과
    이이화 선생을 만나다!

    여주 지역 민란과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기념학술대회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 11월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을 맞아 여주 지역 농민혁명을 기념했다. 여주시와 여주박물관이 주최하고, 동학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였다. 그러나 여주 동학농민혁명의 행사가 성과 있게 끝나지는 못했다. 당시 발표회의 진행은 역사학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긴 했지만, 여주 동학의 역사적 실체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여주 관련 자료가 많지 않고 전승 형태로만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최한 여주 동학농민혁명 학술대회는 학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획의 특색은 기조 강연과 기념사에서 두드러졌다.

    우선 ‘해월 선생의 생애와 사상’(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에서 여주에 묻힌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 선생을 기렸다. 이날 행사는 해월 최시형 묘수 경기도 문화재 지정 기념을 겸하기도 했다. 윤석산 교수에 의하면, 해월 선생의 사상이 스승 최제우의 가르침인 시천주(侍天主)를 바탕으로 했다고 했다. 모든 이에게 시천주가 있으니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사인여천(事人如天)’해야 한다는 것, 나아가 만물에 대해서도 한울님을 모신다는 의미로 ‘이천식천(以天食天)’으로 옮겨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했다. 이는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인식을 온 생명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어 2020년 3월에 돌아가신 이이화 선생의 삶과 농민전쟁 연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의 역사 연구 출발점은 《허균의 생각》에서부터였으며, 1994년 동학농민전쟁 100주년을 맞이해 각종 동학 기념 사업회를 이끌었으며, 동학의 연구를 아래로부터의 역사로서 민중사를 정립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했다. 선생은 불의에 항거하는 동학농민군을 닮았다고도 한다. 선생은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독재에 대항했을 뿐만 아니라 학계의 학벌과 지벌, 불평등한 사회를 타파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대동사회를 꿈꿨다. 그래서 선생은 역사 현장 방문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저항해 나갔다. 선생은 시대의 참스승이요, 참선비였으며, 진솔하고 솔직한 그야말로 ‘진정한 인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해월 선생은 19세기의 대표적인 민중적 지식인으로 지칭되듯이, 한국에서 민중운동사를 개척하며 하나의 전설과 같은 존재로 우뚝 선 이이화 선생의 삶을 통해 민중사 연구의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려고 했다.

    • 동학 학술대회 사전 답사
    학술대회 과제: 여주 동학의 자료 발굴과
    역사교육의 필요성 제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지역적 전개로서 여주 동학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살피려고 했다. ‘경기도 동학농민군의 활동과 성격’(이병규 동학농민혁명재단 연구조사실장), ‘여주 동학농민혁명의 전개와 전투지역’(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 발표가 이어졌다. 여주 동학농민혁명의 전개에 대해 임동호의 약력 기록과 일본의 탄압 기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임동호는 1893년 4월 임학선의 전교를 받아 동학에 입도했다는 사실, 이후 700여 명을 전도했다는 것, 또한 2차 봉기 때 여주 동학농민군은 9월 22일 근거지인 신지리를 출발해 12월 18일 보은 북실전투까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주요 전투에 모두 참여했다.

    제2부에서 유교의 동학 비판과 역사교육의 과제에 대해 ‘유교지식인 매천 황현의 동학 비판과 민중관’(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고교학점제하 지방사교육과 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서술 방향’(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을 발표했다. 먼저 1894년 당시 동학농민혁명의 발발에 대한 유교지식인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는 매천 황현의 민중관에 대해 다뤘다. 또한 현재 지방 사교육과 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서술 방향에 대해 역사교육의 현재적 의미를 다뤘다. 두 주제는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당시와 현재의 동학 인식과 역사교육의 방향성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이 학술대회의 개최 의미는 제3부의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과 민중사의 모색’에서 전망됐다. 배항섭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세 가지 담론 과제를 제시했다. ①‘반봉건 근대화’라는 ‘이데올로기’=서구 중심주의를 넘어 ②동학과 농민군의 생명관·자연관: 근대중심주의의 너머 ③‘반외세’와 내셔널리즘을 넘어: 글로벌한 연대의 지향 등이었다. 그는 언제까지 근대 타령을 할 것인지 의문을 제시하며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발상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예컨대 2001년 남아공 더반에서 개최된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배척과 관련 불관용에 반대하는 세계회의를 통해 불평등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국제적 연대를 거론했다. 그는 앞으로 하나의 인류로서 기후 위기와 불평등한 차별사회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학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의 대미, 종합 토론을 만나다!

    2021 여주 동학 학술대회의 쟁점은 역사학계의 주요 연구자와 토론자들이 한데 모여 논의한 종합 토론의 장에서 다뤄졌다. 필자는 당시 사회자의 역할을 맡았는데, 크게 세 가지 국면으로 정리헤 진행했다. 첫째, 경기도 여주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사료의 발굴과 의미에 대해 향후 어떤 연구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물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새롭게 여주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농민군 주체들의 다양한 기록물, 예컨대 참여자와 후손들의 증언 기록, 당시 유교 지식인의 기록, 정부·일본 측의 기록 등에 대해 민중사의 맥락에서 재해석돼야 한다는 점, 나아가 새 자료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조재권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홍동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

    둘째, 동학농민혁명의 담론에 대해 반봉건 근대주의, 서구중심주의, 근대화에 대한 잘못된 해석, 더 나아가서 생명 사상, 환경 등에 대한 과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근대적인 인식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 인식 전환, 반외세 투쟁에 대한 제3의 시각, 다른 세력과의 연대, 글로벌한 농민운동과의 연대 등을 생각해봤다. 또한 동학의 평화사상, 개벽 사상에 주목해보기도 했다(조성환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셋째, 동학사상과 대중화와 관련해 학문 간의 연대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가운데 동학 연구의 성과에 대한 세대 간 단절·분리를 극복하고 여주 시민 혹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떻게 공유하고 대중화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지방사 속에서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교사·학생·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 최근 MZ 세대 가치관으로 반봉건·반외세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서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래서 해월의 묘소 자체가 장소적 의미가 있으므로 해월의 모든 것을 앞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며, 임동호의 전투 참가 이야기가 공주 지역의 우금치 전승보다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학 관련 기념물·조형물을 시민과 청소년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영향력을 늘릴 수 있는 점(신영우 교수)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종합 토론에서는 미리 각본을 짜지는 않았지만, 토론의 흐름이 짜임새 있게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동학 학술대회 사전 답사
    여주의 동학을 어떻게 기릴 수 있을까?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지금부터 무려 130년이 지난 과거의 사건이다. 오늘날 민중의 인권과 존엄을 외치고 권리를 찾고자 했던 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이번 여주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여주 시민,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선 여주 동학의 흔적과 기억을 되살리는 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와 병행해 해월 최시형과 관련 일제강점기 기록물을 편찬하는 것도 의미가 깊다. 또한 지역사회의 역사 기념물로서 능서면 신지리에 임동호 관련 표지석이라도 세워 기념하면 더 좋겠다.

    마지막으로 21세기 새로운 인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여주의 정체성과 애향심 강화를 넘어, 진보적 개혁과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와 연대할 수 있는 고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이화 선생이 마지막 저서에서 남긴 말씀을 기억하고자 한다.

    “역사는 기억해야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동학농민혁명의 진실을 기억해 미래 인권과 통일의 유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